베란다텃밭 · 감자 생존기
버려질 뻔한 감자가 다시 봄을 만날 때
주방 구석에서 싹이 난 감자 하나를 베란다 화분에 심었다. 냉해로 한 번 무너졌지만, 다시 새순을 올리고 꽃봉오리까지 맺은 136일의 기록이다.
감자는 비타민 C와 칼륨이 풍부한 식재료이면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구황작물이다. 흙과 햇빛, 물만 있으면 초보 식탁 농부도 도전해볼 만하다.
보통 싹 난 감자는 독이 있다고 해서 버리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그냥 버리기 미안해졌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화분에 심어보기로 했다.
01
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다
반신반의하며 싹이 난 부분을 위로 향하게 해 흙으로 덮고, 물을 흠뻑 주었다.
며칠 뒤 연한 초록 싹이 올라오더니, 매일 아침 화분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생겼다.
02
남향 베란다의 짧은 햇빛에도 버티는 잎
베란다는 남향이지만 앞 건물에 해가 가려, 오후부터는 빛이 줄어든다.
그래도 감자는 푸릇푸릇했다. 감자잎의 털은 해충을 막고, 수분 증발을 줄이고, 온도를 유지하고, 강한 자외선을 걸러주는 작은 방어막처럼 보였다.
03
꽃샘추위가 하루 만에 바꾼 풍경
전날 햇빛이 좋아 베란다 창문을 열어 두었고, 해가 떨어진 뒤 닫는 것을 깜빡했다.
아침에 보니 싱싱하던 잎이 까맣게 얼어 축 늘어져 있었다. 감자를 심은 지 90일째 되는 날이었다.
04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다
시든 줄기를 뽑아내고 흙을 엎었다. 약 3개월의 시간이 허사로 돌아간 듯했다.
그런데 회복기를 가진 지 12일 만에 작은 새순이 올라왔다. 죽은 줄 알았던 감자가 흙 속에서 다시 살 길을 찾았다.
05
자연 도태처럼 끊어진 줄기
다시 키우기 29일째, 몇몇 줄기가 힘없이 흔들렸다.
건드려보니 밑둥이 이미 건조하게 끊어져 있었다. 병충해보다는 하나의 감자에서 여러 줄기가 나오며,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과정처럼 보였다.
06
모진 시련 끝에 맺힌 꽃봉오리
냉해로 초기화된 뒤 35일째, 감자 잎은 다시 진녹색 숲처럼 무성해졌다.
43일째에는 잎 사이로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감자 알에 영양분을 보내기 위해 이번에는 꽃봉오리를 떼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