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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을 감아도 완성되는 대서사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2D로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 압도적인 사운드와 오래된 신화가 건네는 현재적 메시지를 스포일러 없이 평합니다.

  • 관람 장소: CGV 용산아이파크몰
  • 상영 방식: 2D
  • 개인 평점: ★★★★★

결말과 반전을 밝히지 않는 스포일러 없는 관람평이다.

오랜만에 별점을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영화를 만났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는 내게 5점 만점의 영화였다.

불타는 트로이 목마와 무장한 인물이 배치된 영화 〈오디세이〉 공식 포스터
영화 〈오디세이〉 공식 포스터 · 출처: Universal Pictures 공식 작품 사이트

5점을 망설이지 않게 만든 소리

무엇보다 완벽했던 것은 사운드다. 전쟁 장면에서는 실제 전쟁의 한복판에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소리가 극장을 휘감는다. 동굴을 울리는 섬뜩한 포효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순간에는 바다의 막막함이 소리만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장면마다 소리가 맡는 역할도 다르다. 전쟁에서는 규모를 키우고, 동굴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협을 먼저 느끼게 하며, 바다에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고립감을 만든다. 같은 웅장함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감정에 따라 소리의 성격이 바뀐다.

단순히 크기만 한 것도 아니다. 거센 소리 속에서도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고, 장면마다 필요한 소리의 질감이 정확하게 살아 있다. 큰 소리가 대사를 덮었다면 금세 피로해졌을 텐데, 이 영화는 굉음과 인간의 목소리를 함께 놓치지 않는다.

이번에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2D로 관람했다. 다른 상영 포맷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 2D 관람에서는 소리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오디오북처럼 듣기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영화를 듣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오래된 신화가 지금의 이야기로 들리는 이유

〈오디세이〉는 고대 신화를 다루지만, 이야기가 과거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는 인간의 모습은 지금의 세상과 겹쳐 보였다. 인간의 욕망과 배신이 계속된다면 결국 문명도 종말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래된 신화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일 것이다.

신화 속 괴물과 신들의 존재보다 더 불편하게 남는 것은 결국 인간의 선택이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약속을 버리고, 신뢰를 가볍게 여기는 일이 반복될 때 무너지는 것은 한 사람의 관계만이 아니다. 문명을 지탱하는 질서도 그런 작은 배신들에서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년 전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데 그쳤다면 거대한 볼거리로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오래된 신화를 빌려 지금의 인간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승리를 위해 버린 것들은 과연 되찾을 수 있는가.

승리 뒤에 남은 표정과 귀향의 의미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모든 것을 이룬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오디세우스의 표정이었다. 승리란 무엇이며,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귀향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의 여정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돌아보게 되는 순간도 인상적이었다. 자세히 말하면 감상의 즐거움을 빼앗을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적으려 한다.

귀향은 보통 긴 모험이 끝난 뒤 도착하는 안식처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이 영화가 남긴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장소에 도착하는 일인지, 잃어버린 관계와 시간을 되찾는 일인지 묻게 한다. 오디세우스의 표정 하나가 긴 여정의 의미를 다시 뒤집어 놓는다.

이런 관객에게 특히 추천한다

압도적인 규모의 영화를 극장에서 온몸으로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특히 전쟁의 굉음만큼이나 대사의 명료함과 장면별 소리의 차이를 중요하게 듣는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고대 신화를 현재의 문제로 다시 읽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도 잘 맞는다. 괴물과 모험의 볼거리에서 끝나지 않고 약속, 신뢰, 승리, 귀향 같은 오래된 단어들을 지금의 삶과 연결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상영 포맷은 내가 직접 본 2D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CGV 용산아이파크몰 2D 관람만으로도 5점을 망설이지 않을 만큼 충분했다. 더 큰 화면이나 특별 음향 포맷과의 우열은 직접 비교하지 않았으므로 단정하지 않겠다.

잠깐 스파이더맨이 떠오른 것은 번외

아쉬운 점은 없었다. 굳이 번외를 하나 덧붙이자면,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를 보며 잠깐 “이거 스파이더맨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몰입이 깨질 뻔했다는 정도다. 다행히 영화의 힘이 워낙 강해서 금세 다시 오디세우스의 여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총평

〈오디세이〉는 눈으로만 보는 영화가 아니다. 전쟁의 굉음과 동굴의 공포, 바다의 막막함과 인간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듣는 영화다. 동시에 수천 년 전의 신화를 빌려 오늘날의 인간과 문명을 돌아보게 한다.

오랜만에 만난 5점 만점의 영화. 가능하다면 반드시 극장에서, 이 영화의 소리를 온몸으로 경험해보시길 권한다.

〈오디세이〉 공식 예고편 보기